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허수아비춤 (조정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가 논픽션이라면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은 픽션이다.
하지만 전혀 픽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삼성을 빗댄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정래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재벌기업의 권력 핵심에 있는 자들의 속성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아울러 그들의 '돈지랄'에 휘둘리는 법조3륜(판,검,변)에서부터 언론들까지 고스란히 '삼성을 생각한다'의 판박이다.

물론

자금이 달려 허둥지둥, 일이 어긋날까 봐 조마조마, 인명 사고 터져서 살팡질팡, 부도막느라고 허겁지겁, 뒷손 쓰느라고 굽실굽실, 신문 나는것 막느라고 애걸복걸......

해가며 사업하여 어렵게 번 돈이라는 남회장의 푸념에 살짝 공감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공감이 얼마나 무서운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작가는 풀어놓았다.

우리의 몸에서 성욕이나 식욕의 본능을 그 누구의 힘으로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듯이 끝없이 잘살고자 하는 재물욕도 도려낼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에서 재물욕이 생생히 살아 있는 한 세상 사람들은 우리 세력에게 충성스럽게 자발적 복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라는 박재우의 열변에 나 스스로도 뜨끔하고 부끄러워졌다.
기업이 잘되어야 나라가 잘 된다는 프레임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 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늘 비판만 하고 투덜대지만 '불매운동' 한번 제대로 한적 없고 시민단체에 기부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침 대선이 코앞이고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부각했다.
어차피 박정희 프레임을 못 벗어난, 아니 그보다 자격조차 안되는 그녀는 관심밖이지만 경제민주화란 거창한 구호가 필요할 까 싶다.
조정래가 말하는 경제민주화, 이 당연한 것이 상식이 되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적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무조건 안철수 후보의 의견대로 단일화에 임하겠다는 문재인 후보를 보면서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