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4일 토요일

2018-16 예테보리 쌍쌍바 (박상)

#2018-16

리디북스 무료대여;;

재밌게 읽었다는 모 회원의 덧글을 보고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완전 기대이상으로 재밌었다. 그리고 무료하고 건조한 내 일상에 작은 물결을 남겨주었다.

주인공 신광택의 스뽀오츠 정신에 입각한 선수로서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아주 짧은 몇 개의 직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스토리의 전부지만 문체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입담이 너무 편안하고 재밌고 또 가슴을 때린다.

박상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고, 스웨덴 작가 프레데릭 라르손의 예테보리 쌍쌍바도 영어버전이 있으면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ㅎ


발췌 몇 개;;

경쟁이란,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의미있게 만들수는 없어도 최소한 재미있게 만든다.

아 나는 기본을 버리려 했던게 아니었다. 깊이를 더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깊이를 추구하면 기본을 잃는다니, 하여간 인생이란 알 수가 없다.

듀카티, 너는 왜 배달을 하지? 짐을 챙겨서 나오는 길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노랑머리에게 물었다. 오토바이가 좋으니까. 좋아하는 것엔 무슨 의미가 있지? 돈 모아서 듀카티 사는 것. 그 다음엔? 그 다음을 왜 생각해? 듀카티가 있는데....

스뽀오츠 정신이란, 무언가에 미칠 것 같을 때, 그렇게 미치는게 즐거울 때, 그것이 오랫동안 해온 동작의 반복일 때 높은 빈도로 발동하는 걸까.

한계가 있어야 극복할 여지가 있지. 나는 그동안 내가 넘어서지 못했던 한계들을 떠올렸다. 부상의 한계, 실수의 한계, 인내력의 한계,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인격에 백기를 든 한계, 조직 시스템의 부당함에 대한 한계, 변화하는 세상의 한계. 나는 그런 한계들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무엇 하나 제대로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이긴 적도 없었던 것이다. (이거 완전 내 얘기일쎄~)

포기하지 않는게 시작 아닌가.

모든 일의 기본은 릴렉스다.

설거지의 세계에선 일반인을 파이터가 이기고, 파이터를 기술자가 이기고, 기술자를 아티스트가 이기지요.

프레데릭 라르손도 내게 답을 보탰다. 그의 작품 '예테보리 쌍쌍바'에 있는 대사 중 하나였다. -내가 왜 당신에게 졌지? -이기려고 하니까. -당신을 이기고 싶어 죽겠어. -그러지 말고 스스로 멋진 존재가 되면 어떨까. 그럼 나와 대등해질 텐데. 그 문장은 굉장히 후까시를 잡는 말로 들렸지만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멋진 존재가 되면 이기고 지는 문제를 벗어나는 것이다. 직업이 무엇이든, 돈을 얼마나 벌든, 사람이 멋지면 되는 문제라는 것 같았다. 남의 것을 빼앗으며 탐욕을 부리려 하면 이기려 하는 자가 된다. 프레데릭 라르손에 따르면 그들은 끝내 이기지 못할 것이다. 정말 훌륭한 선수란 이길 필요 없이 스스로 멋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선수란 단순한 투지와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멋진 승부를 펼치는 사람들.
그들은 게임을 지배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페어플레이를 펼치며 갖가지 한계를 뛰어넘은 스뽀오츠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하고 싶은 걸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되어야 한다.

당신은 일반인인가, 선수인가라는 황당한 질문이 사실은 당신을 자기를 돌보며 살고 있는가라는 존재의 윤리를 건드리는 질문이자 당신은 아름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존재의 미학에 다가서는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