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8
부산전자도서관에서 대여;;
해운대도서관 & 전자도서관을 자주 애용해야겠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쓸데없는 소비를 줄일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건 죄악이다.
처음 머릿말에서 플랏을 봤을땐 S라는 소설의 컨셉을 차용한건가? 싶었는데~차용했건 안했건 뭐가 중요한가 하면서 보았다.
원래 책을 좋았했던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IT 업종에서 일하다가 실직 후 드래건플라이라는 헌책방에서 로맨스만 주구장창 읽으며 걸식하다시피 하는 중에 우연한 계기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책을 매개로 마음을 주고 받던 커플의 존재와 그들의 메세지 덕에 헌책방의 부흥과 유명세를 타게 되지만 그 커플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 드러나면서 혼란을 겪게 되고 아울러 헌책방의 주인이자 멘토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길을 찾게 된다는 일종의 성장소설? 인가? ㅋ
책 헌책방 북클럽을 소재로 한 책 치고 실망을 준 적이 있던가?
완전 몰입해서 봤다. 책속의 메세지를 남긴 커플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까지만~
사랑이야기만 나오면 루즈해지고 집중이 안되는 이유가 내가 늙었기 때문이겠지???
책방 주인이자 주인공 매기의 멘토인 휴고가 자유로운 영혼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드래건플라이의 가치는 제이슨을 비롯한 덕들 덕분이고 매기는 사실 그것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책속의 커플인 헨리(라지트)와 캐서린(캐런)은 상대방이 진정한 사랑이라 믿으며 책 귀퉁이에 사랑의 밀어를 쏟아냈지만 결국 서로 다른 사람(헨리는 캐서린이 매기인줄 알았지만 캐런이었고 캐런은 헨리가 휴고인줄 알았지만 라지트였음)으로 밝혀진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가? 싶다. 그게 한번일 수도 있고 여러번일 수도 있고.......
발췌;;;
매기, 여기는 서점이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이 일이 얼마나 고된지 잘 아는 사람들이겠죠.
그들은 별로 되파는 책도 없이 1만 8천BTU의 바이킹 가스레인지의 화력으로 책을 어마어마하게 사들였다. 그들에 비하면 한 주에 가방 하나 분량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나의 독서 화력은 소꿉놀이 세트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이 어떻게 <닥터 후> 재방송을 모두 시청하고, 게시판에서 몇 대 닥터가 최고인지 키보드 전쟁을 벌이고, 주당 60시간씩 밸리 곳곳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지 내게는 미스터리였다. 그들은 나처럼 세세한 부분은 건너뛰거나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 읽는 게 아니라 사들인 책을 다 읽었다. 그들은 말도 안 되게 복잡한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연맹들, 언어들, 문화들, 가계도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그렇게 읽어 대면서도 정말로 마음에 든 책은 전체의 4분의 1가량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혼을 쏙 빼놓을 플롯과 입이 쩍 벌어지는 신기함, 감정을 후벼 파는 반전에 대한 갈망을 동시에 충족시켜 줄 특별한 책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그런 책을 찾으면 작가를 신으로 추앙하며 작가가 오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때로는 자신들이 흠뻑 빠진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컨벤션에 참석하기 위해 외국까지 다녀왔다. 그들은 출판사를 경영하는 불신자들이 후속자들을 폐기하거나 작가가 시리즈를 끝내기도 전에 죽을까 봐 늘 벌벌 떨었다.
책은 너무 섹시해. 서점도 섹시하지. 그리고 서점에 일하는 사람들, 두번 말하면 입 아프지.
우리는 우리들의 가장 완벽한 자아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들의 상처가 모두 사라지기를? 아니면 시간과 과학의 손길로 우리의 결점이 지워지기를? 우리 앞에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더 큰 친절이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우리는 완벽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요.
지금까지 나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것이 책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을 가로막은 문제를 풀고 앞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게 아니었다. 힘든 시간은 끝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경계가 그다지 또렷하지 않다는 말이다. 힘든 시간은 행복한 시간과 뒤셖여 있고 좀 더 힘든 시간과 얽혀 있다. 그리고 뭔가를 상실할 때마다 우리를 감싸는 침묵의 벽돌이 생긴다.
나는 내 인생에서 사랑이 갖는 의미를 늘 두려워했던 것 같다. 사랑이 나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사랑을 위해 뭔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너무나 큰 사랑에 빠지면 희생은 희생이 아니게 된다. 희생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 된다. 이렇게 큰 사랑이 아닌 엉뚱한 이유로 희생을 한다면 어리석을 따름이다.
드래건플라이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책을 소유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책이 필요하고 책을 갈망하고 책이 없다면 숨조자 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헌책방과, 이 헌책방의 책들과, 그 책들이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졌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한때 이 책들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즐기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책과 닮았기에 이곳을 찾아온다. 모서리가 살짝 닳은 채 궁합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 책장을 펼쳐 보고 집으로 가져가 주기를 기다리는 책들 말이다.
미래특성전략가(FSS) ;; FSS는 <제발> 이라는 뜻의 <For Fuck's Sake>의 약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