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2024-13 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2002)
  • 나(H 작가)는 우연히 라이프캐스팅 조각가 장운형을 알게되고, 왜 몸의 껍데기를 만드냐는 나의 질문을 받은 그는 장문의 수기를 남긴채 실종됨.
  • 이후 장운형 조각가의 수기~

  • 나의 어릴적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잘린 손가락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은 외삼촌, 왠지 탈을 쓰고 있는 듯한 무서운 엄마, 안경을 써야만 맘이 편안해 지는 나
  • 그리고 고모의 지폐뭉치 도난사건과 범인으로 몰렸던 나와 진범이었던 누이의 자수. 반장으로서 누렸던 탐구생활 숙제 면제와 벼락치기 숙제

  •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 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 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 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 해낼 수 있으며ㅡ 소화해내야만 하며 ㅡ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 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 그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 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 외삼촌의 죽음 후에야 마침내 보게된 그의 손가락, 그의 진실. 이후 나는 손이 상징하는 바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 첫 개인전에서 알게된 L. 167정도의 키에 100키로에 육박하는 거구였지만 슬픈 얼굴의 21살 여대생. 그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손에 매료돼 그는 조소가 아닌 본을 떠 그녀의 손을 만들기 시작한다.
  • "내가 남과 다르게 보고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이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을 집요하게 의심했고, 남들이 보두 만족하는 것들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남들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보이고 들리고 냄새를 풍기고 만져지는 모든 것들의 안쪽을 꿰뚫어보기 위해 나는 안간힘을 썼다"
  • "선하고 슬프고 작은 얼굴의 부조화"

  • 조소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가 노출되지만 본을 뜨면 완벽히 숨을 수 있다.
  • 본 내부의 공허하고 깊은 심연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 숨을 곳이 생겼다.

  • "오로지 직접 사람들을 관찰한 뒤에 갖게 되는 결론만을 나는 믿었어. 멀리서 오래 보는 것도, 가까이서 잠시 보는 것도 쓸모 없었어. 다만 끈기 있게, 직접 들여다보는 것만이 유효했어"

  • 관계가 깊어진 L의 이야기. 의부의 성폭행으로 인해 시작한 폭식. 그리고 그 이후에 찾은 평안.
  • 두사람은 사랑은 아니지만 위안이 되는 사이로 지내다 멀어지고 그러다 우연히 재회하지만 L은 전과 달리 날씬해졌지만 그녀의 몸과 손에는 전에 있던 생기가 없다.
  • 그리고 새로이 생긴 그녀의 손등의 상처. 폭식과 구토로 인해 생긴 이빨자국.
  • 아버지의 사망. L의 부재와 방황 그 후의 오랜만의 작업.

  • 실내건축가 P 선배가 소개해 준 청결함이 느껴지는 가구 디자이너 E. 그녀는 완벽해 보이는 외모와 성격을 소유했지만 나에게는 그 너머 어둡고 불쾌함이 느껴진다.
  • 그녀의 고객을 위해 L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만났지만 둘은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로 지내다 E의 얼굴을 뜨고, 그 다음에 몸을 뜨다가 그녀의 손에서 그녀 내면의 어둠의 이유를 찾게된다. 육손이의 흔적. 철저하게 그 흔적을 가리기 위해 얼굴과 몸짓과 표정을 관리해 온 E.
  • E의 손을 뜨다 만 석고 조각과 그 잔해에서 장운형은 외삼촌의 손을 떠올리고 E와 운형은 다시 하나가 된다. 전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로서. 전과는 다른 따뜻하고 젖은 그녀와...

  • 장운형의 기록은 여기서 끝이 나고, 그들의 실종은 유고전으로 이어지고 나(H)는 유고전에서 본 한 커플을 따라 밖으로 나가지만 그들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다.

  • (혹시 마지막의 커플은 L 커플이었을까 E와 운형 커플이었을까?)
  • (외삼촌의 손, L의 손, E의 손)
  • (뭔가 마음 가득 떠밀려 오는 벅참이 있는데 글로 옮기질 못하겠다. 예술가(들)의 내면을 조금 엿 본 기분?)
  • (<바람이 분다, 가라>에 이어 <그대의 차가운 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도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