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도 우연히 직원에게 빌려 읽고 완전 감동이었는데
해품달이 같은 작가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수훤~이라고 네이트에 적어놓은 해품달 앓이 친구에게 선물해 주려고 주문했다가
내가 먼저 읽어버렸다. 최대한 조심조심 봐서 티는 안나는데 좀 찔리긴 하다.
약간의 정치 권력다툼 더하기 사랑 이야기인데,
다른것 보다 작가의 표현력이 존경스럽다.
대사 하나하나가 싯구다 싯구.
거기다 인물들의 이름.
기가막힌 작명이다.
해를 뜻하는 훤,
밝지만 해는 될수 없는 양명,
해와 운명을 함께 할수밖에 없는 월, 그리고 보슬비라는 의미의 연우.
해를 가릴수도 달을 가릴수도 있는 운,
불꽃의 염,
그리고 염과 하나 될수 없는 설.
1권을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새벽에 걸쳐 읽고, 2권은 일요일 오후에 시작해서 조금전에 읽었다.
이렇게 몰입해서 읽는 소설이 조금이라도 내 정서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ㅋ
선물해야 할 책이라 펼쳐놓고 발췌하기가 힘들어 몇 개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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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월의 왼쪽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아무 변화 없이 오직 눈물 한 방울만이 떨어져 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표정한 표정보다는 차라리 떨어져 내리는 눈물이 덜 서글펐다.
그 마음을 담아 다시 거문고 줄을 뜯었다.
눈물은 월이 흘렸고, 울음소리는 거문고가 대신 내었고, 거문고의 울음소리는 훤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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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가 부질없이 크오.(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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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저를 아니 보실 것입니까. 오라버니(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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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구나. 달은 세상 모든것들의 그림자는 남기게 하여도, 스스로의 그림자는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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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지금 제가 원망스러운 것이 있다면,
처음 雲雨를 읊은자, 그자가 원망스러울 뿐이옵니다.
구름과 비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데...(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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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내일을 기다리고, 또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내일을 기다리오.
그대와 함게할 날은 머지않은 미래의 한곳에 박혀 있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난 오늘은 어이하여 그 미래에서 더욱 멀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소.(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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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에 주어진 달이 같고, 한 달 안에 주어진 날이 같고,
한 날에 주어진 시간이 같다는 옛 성현들의 말이 이제야 다 거짓임을 알겠사옵니다.
임과 보냈던 한 날과 임을 기다리는 이 한 날은 분명 같은 한날인데,
지금의 한 날은 임 함께 있던 몇 날을 이어 붙인 듯 소녀에게도 참으로 길기만 하옵니다.(연우)
요곤 19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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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산일수록 쉽게 낮아지지도 않는 법이니, 그대의 몸이 힙겹더라도 나를 밉다 마시오.(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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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팬 계곡일수록 더 많은 물이 흐르는 법이니, 그 물 맛에 취하지나 마옵소서.(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