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한가득 도올 선생님의 책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막힘없는 동서고금의 온갖 분야에 대한 지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요사이 계속하여 연구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기철학'을 일생의 하나의 철학체계로 정립하시려던 연구는 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서 읽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책의 감상에도 언급했지만
난 신의 존재 따위는 믿지 않는다.
이 세상의 온갖 비극들 천재지변들 특히나 '신'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대학살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도올과 같은 이성에 대한 냉철한 연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
버트런드 러셀 만큼의 지성인이면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
음양으로 이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아는 주변의 수많은 '선'한 사람들이
내가 믿지 않는 '신'을 믿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의아심은 늘 가지고 있으며
또한 존재론적인 신이 아닐지라도 그 신이 가지는 의미론적인 어떤 것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종교 관련 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션 스쿨이었던 '거창고'에서 많은 선생님들의 종교적인 언행에 감동받아
마지막 한학기를 학교 교회에 다닌적이 있지만
학교 밖의 교회는 도저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 거창고에서 역시 신선한 감동을 받은 것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성경의 선택이유였다.
내가 몇 군데 밖에 다녀보지 않은 교회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모두 개역한글판이었다.
도무지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우리말. 문체. 어휘.
차라리 짧은 영어실력으로 원서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이해가 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거창고에서는 개역한글판이 아니라 공동번역판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교내 공식 성경으로 삼았다.
'기독교성서의 이해'의 주된 내용이 성경의 생성과정인데,
이 성경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기까지 기원전/후의 정치와 종교간의 피비린내나는 역사를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수십/수백 개가 넘는 성경의 기원이 되는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구전되고 또 번역되어 왔다.
세월이 흘러 역사적인 몇 번의 발굴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성경의 내용들이 오역되거나 근거없음 또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조차도 확정할 수 없는 고대자료를 번역하고 또 번역한 '성경'이라면
새로운 증거와 사료에 의해 새로이 변역된 성경을 우리 일반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고등학생 때 했었고
그런 이유로 거창고가 선택하여 믿는자건 아니건 학생들에게 권해준 성경 하나만 보아도
그 학교의 열린 교육정신을 알 수 있다고 은근히 자랑하고 싶다.ㅋ
책 내용의 상당부분이 고대 희랍, 헬레니즘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보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였다. 지명도 이름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구매해 놓은 역시나 도올선생님의 도마복음서 3권과 요한복음강해를 읽고 다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현대인의 필독서 중의 하나라는 '시오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꼭 읽어봐야겠다.